
1. 등장인물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핵심을 이루는 두 인물은 젊은 날의 에르네스토 게바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분)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분)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의대생이었던 에르네스토는 천식 때문에 몸이 약했지만, 책과 사색을 즐기는 사려 깊고 이상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의사의 삶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남미 대륙을 종단하며 목격하는 빈곤과 불평등의 현실은 그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훗날 혁명가 '체 게바라'로 변모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합니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순수했던 젊은 날의 고뇌와 변화를 섬세한 표정 연기와 내면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에르네스토의 쾌활하고 거침없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생화학자였습니다. 그는 에르네스토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모험을 즐기고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유쾌한 매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여행 내내 잔고를 걱정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등 현실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에르네스토의 이상주의적인 면모와 대비를 이루면서도, 항상 곁에서 친구를 격려하고 지지해 줍니다. 훗날 에르네스토의 가장 가까운 동지가 되기도 하는 그의 존재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두 사람의 우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두 친구는 때로는 낡은 오토바이를 고치고, 때로는 히치하이킹을 하며 남미 곳곳을 누비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만나는 원주민들, 빈민들, 나병 환자들은 두 청년에게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삶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연민을 느끼는 존재로 다가오며 그들의 사상적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2. 줄거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1952년,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와 그의 친구이자 생화학자인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낡은 오토바이 '라 포데로사(La Poderosa, 강력한 것)'를 타고 무모하지만 용감한 남미 대륙 횡단 여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막을 엽니다. 이들의 목표는 산타모니카 나병 환자촌에서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 졸업 전 친구와 함께 떠나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자 낭만 가득한 청춘 여행이었지만, 8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고 긴 여정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두 친구는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칠레의 사막, 페루의 나병 환자촌,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밀림까지 광활한 남미 대륙 곳곳을 경험합니다. 낡은 오토바이는 이들의 여정을 채 마치기도 전에 고장이 나 버리고, 두 사람은 걸어서, 히치하이킹으로, 혹은 배를 타며 남은 길을 나아갑니다. 여행 중 그들은 빈곤에 허덕이는 광부들, 억압받는 원주민들, 소외된 나병 환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고통을 목격합니다. 특히 페루 아마존 강가의 나병 환자촌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에르네스토는 깊은 인류애를 느끼고 남미 사회가 겪는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미래만을 생각하던 에르네스토는 점차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약자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우리는 하나'라는 강한 연대 의식을 갖게 됩니다. 여행의 마지막, 알베르토와 에르네스토는 베네수엘라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며 이별을 맞이하지만, 이 여행은 에르네스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들의 모험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 훗날 세계적인 혁명가로 성장할 한 청년의 중요한 정신적 각성 과정이었음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3. 총평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낭만적인 청춘들의 로드 무비인 동시에, 한 인물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려는 뜨거운 열정을 품게 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 없이, 젊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관객들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순진했던 의대생이 현실의 고통과 마주하며 사회 정의에 대한 사명을 깨닫는 과정을 온전히 공감하게 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남미 대륙의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어 시각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안데스 산맥의 웅장함, 아마존 강 유역의 신비로움, 그리고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지 등은 영화의 배경을 넘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두 청년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낡은 오토바이 '라 포데로사'가 여행 중 망가지는 모습은 비록 물리적인 도구는 부서졌지만, 두 청년의 정신은 더욱 강해졌음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영화는 1950년대 남미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면서도, 결코 무겁거나 설교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대신, 젊은 영혼들의 눈을 통해 발견하는 세상의 부조리와 그에 대한 순수한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 스스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질문하게 만듭니다.
공동 원작자인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모험을 찾아 떠났고, 그 끝에 조국의 진실과 비극을 발견한 두 어린 소년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던 것처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역사적 인물의 시작을 감동적으로 재현하면서 동시에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명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그리고 주변의 약자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다가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성찰적인 여행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혁명 이전, 가장 인간적이었던 체 게바라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용기 있는 질문과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