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등장인물
영화 <더웨이>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 앞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아버지 톰 에이버리(마틴 신 분)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안과 의사로 살아온 톰은 아들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고, 아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후 깊은 회한에 잠깁니다. 냉철하고 이성적이었던 그는 아들의 유해를 수습하러 스페인으로 떠나지만, 아들이 걷다 멈춘 '산티아고 순례길'을 대신 걷기로 결심하면서 그의 내면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합니다. 톰은 걷는 동안 아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갑니다. 마틴 신은 묵묵하고 절제된 연기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과 여정 속에서 찾아가는 작은 희망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톰의 여정에는 각기 다른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순례길에 오른 이들이 동행합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쾌활한 남자 요스트(요릭 밴 와게닝언 분)는 비만과 흡연 등 건강 문제로 삶의 활력을 잃고 살다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그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머를 잃지 않으며 톰과 다른 순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입니다. 캐나다 출신의 강인한 여성 사라(데보라 옹거 분)는 이혼의 상처와 흡연 중독으로 얼룩진 과거를 뒤로하고 삶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순례길을 걷습니다.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냉정한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따뜻한 연민과 아픔을 가진 인물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잭(제임스 네스빗 분)은 심각한 작가적 슬럼프에 빠져 영감을 찾기 위해 순례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언변이 유창하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아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네 명의 순례자들은 각자의 개인적인 짐을 짊어지고 길 위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잊었던 삶의 가치와 희망을 발견합니다.
2. 줄거리
영화 <더웨이>는 주인공 톰 에이버리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아들 다니엘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프랑스 남서부로 향하면서 시작됩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삶을 살아온 톰은 예술가를 꿈꿨던 아들과 오랜 시간 갈등했으며,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깊은 후회를 안고 있습니다.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던 톰은 그곳에서 아들이 시작했지만 채 마치지 못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톰은 아들을 완전히 떠나보내고 아들과 화해하기 위해, 그리고 아들의 미완성 여정을 완성하기 위해 아들의 유해를 뿌리며 순례길을 대신 걷기로 결심합니다.
톰은 낡은 배낭과 함께 아들의 유골함을 들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인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합니다. 처음에는 홀로 고독하게 걷기를 원했던 그는 길 위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우연히 조우하게 됩니다. 그는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는 네덜란드인 요스트,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캐나다인 사라, 그리고 영감을 찾아 헤매는 아일랜드인 작가 잭과 동행하게 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걷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때로는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걷는 동안 톰은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아들과의 추억,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등 내면의 고통과도 마주합니다.
험난한 길 위에서 겪는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톰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타인과 소통하며 치유를 경험합니다. 특히 아들의 환영을 보거나 아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그는 아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용서하며, 과거의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마침내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장정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한 톰은 아들의 유해를 뿌리며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영화는 톰이 아들의 유해를 안고 마지막 목적지인 '세상의 끝'이라는 뜻의 피니스테레(Finisterre)까지 걷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그가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임을 암시합니다.
3. 총평
<더웨이>는 단순한 물리적 여행을 넘어, 한 인간의 상실감과 치유, 그리고 성장을 다룬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진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 풍광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을 넘어 펼쳐지는 푸른 초원, 험준한 산길, 고즈넉한 작은 마을들의 모습은 영화의 배경을 넘어 마치 하나의 캐릭터처럼 순례자들의 여정을 지켜봅니다. 아름다운 영상미는 영화가 주는 위로와 영감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에게 직접 순례길을 걷는 듯한 간접 경험을 선사합니다.
감독이자 톰의 아들 다니엘 역을 연기한 에밀리오 에스테베즈는 실제 순례길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여, 순례길이 주는 고통과 희열,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매우 진정성 있게 담아냈습니다. 과장되거나 작위적이지 않은 연출은 순례자들의 내면적 변화와 유대감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영화는 '인생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Don't choose life, live it)'라는 핵심 메시지를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길 위에서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다른 순례자들과 교류하며 톰이 얻는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듭니다.
<더웨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누군가의 삶에 깊은 후회가 남겨졌을 때, 혹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이 영화는 잃었던 용기와 희망을 되찾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선 여정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싶은 분들께 <더웨이>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감동과 영감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