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등장인물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서로 다른 개성과 아픔을 가진 세 형제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먼저 장남인 프란시스 휘트먼(오웬 윌슨 분)은 사고로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인물로, 형제들을 다시 결속시키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여행 일정을 철저히 계획하고 지시하며 형제들을 이끌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불안감과 통제 욕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형으로서의 책임감과 미숙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둘째인 피터 휘트먼(애드리언 브로디 분)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깊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죽은 아버지가 아끼던 안경 등 유품에 집착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 하고, 아내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는 등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그는 형제들 중 가장 불안정해 보이지만, 동시에 내면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막내인 잭 휘트먼(제이슨 슈왈츠먼 분)은 작가로, 자신의 경험과 심지어 형제들과의 대화까지도 소설 소재로 삼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과 관계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형제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때로는 의외의 솔직함으로 형제들의 관계에 작은 균열을 만듭니다.
이 세 형제는 각자의 삶에서 얻은 상처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서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전형적인 현대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행 중 끊임없이 다투고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깊은 공감과 함께 따뜻한 메시지를 얻게 됩니다. 또한 기차 안에서 만나는 승무원이나, 여행 중 스치는 인도인들의 모습은 형제들의 여정에 이국적인 배경을 더하며 그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2. 줄거리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오랜 단절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진 세 형제가 '영적인 재탄생'이라는 모호한 목표 아래 인도로 떠나는 여행으로 시작됩니다. 이 여행은 장남 프란시스가 모든 것을 계획한 것으로, 인도 횡단 기차인 '다즐링 주식회사'에 몸을 싣고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습니다. 그는 형제들에게 명상, 기도, 가족 간의 유대 강화를 위한 시간표까지 짜 놓으며 계획적인 여행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프란시스의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형제들 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 그리고 우연치 않게 기차에서 쫓겨나면서 그들의 여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낯선 지역을 방황하며, 급기야 뱀에 물리는 등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연속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남긴 9개의 낡은 여행 가방은 형제들이 짊어진 과거의 짐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형제들이 강에서 빠진 어린아이들을 구하려다 실패하고, 한 아이가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인 사건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경험은 그동안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이기적이었던 세 형제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주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인간적인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이 사건을 통해 형제들은 진정한 유대감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형제들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만, 어머니와의 만남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 형제는 낡은 가방들을 기차에서 내려 던져버리며, 과거의 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작을 암시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계획된 여정 속에서 뜻밖의 상황들을 마주하며 형제들이 진정한 자신과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3. 총평
<다즐링 주식회사>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미학적 세계관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감독 특유의 대칭적인 구도, 비비드한 색감, 정교하게 배치된 소품, 그리고 독특하고 건조한 유머 감각은 이국적인 인도 대륙의 풍경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움직이는 그림책처럼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감독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 덕분에 결코 신파적이거나 우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형제들이 겪는 황당한 사건들과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블랙 유머는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키워드(아버지의 죽음, 어린아이의 죽음)는 형제들이 과거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됩니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단순한 여행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육체적인 여정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정신적인 여정입니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인도의 배경은 세 형제의 불안하고 복잡한 내면과 대비되어 영화의 주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완벽하지 않은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삶의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먹먹한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팬뿐만 아니라, 독특한 스타일의 가족 드라마나 진정한 의미의 여행 영화를 찾는 분들께 깊은 여운과 함께 소중한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